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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근원은 윤석열 후보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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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권 도전자로서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정ㆍ조율ㆍ타협인데,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27년 검사 업무도 이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런 그가 정치 입문 6개월 만에 대권에 가장 근접한 유력후보 중 한 명이 된 건 비등한 정권교체 여론이 ‘새 인물’에 대한 기대와 어우러진 덕이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는 실책과 혼선의 연속이었다. 정권교체 여론은 앞으로도 여전하겠지만, 윤 후보의 실언과 부족함이 어떻게 수정되고 채워질지는 불분명하다. 그가 대선을 불과 60여 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이라는 미증유의 충격요법을 들고 나왔지만, 이를 높게 평가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도,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뽑혔을 때도, 선대위 출범 때도 윤 후보가 목청껏 외친 건 ‘반(反)문재인’이었다. 대한민국의 일대 도약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 와중에 전두환씨 찬양 논란, 노동ㆍ일자리ㆍ인권ㆍ민주주의에 대한 무지와 폄훼, 이른바 ‘개 사과’ 논란, 혐중 조장 논란, 배우자 의혹에 대한 내로남불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게다가 이들 논란과 구설에 대한 대처는 그야말로 안일함과 무신경의 전형이었다. 주변 측근들이야 그렇다 쳐도 윤 후보 본인의 말과 행동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건 심각한 결격 사유일 수 있다.
윤 후보는 공룡 선대위 전격 해체와 실무형 선대본부 구성을 선언하면서 ‘초심’만 강조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국정 비전과 미래 청사진을 밝혀야 했다. 지지율 급락과 극심한 내홍을 선대위의 비효율성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면 고개를 숙인 본질적인 이유를 분명히 보여야 했다. 굳은 표정으로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회초리’를 맞겠다는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윤석열의 깜냥’에 물음표를 던졌던 야권 지지층 가운데 일부는 지금 후보 교체론으로까지 흘러갔다.
배우자에 대해서도 애틋함만 표현할 게 아니라 추가 의혹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을 비켜가지 말아야 했다. 진정 청년 표심을 잡고 싶다면 “2030세대가 모든 세대의 문제를 균형 있게 보고 있다”는 입에 발린 말 전에 일자리앱의 존재조차 몰랐음을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굳이 덧붙이자면, “선거운동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자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런 자질을 갖추고 대선에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윤 후보가 내민 위기 극복 카드가 ‘익숙한’ 보수정치인으로의 질주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도 경계할 일이다. 윤 후보의 ‘홀로서기’는 사실상 2030ㆍ중도층 소구 통로로 일부 기능해온 이준석 당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배제 선언에 다름 아니다. 몇몇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 2선으로 물러나도 주된 조언그룹은 ‘그 나물에 그 밥’이거나 ‘비선그룹’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이미 윤 후보는 위기에 맞닥뜨리자 구닥다리 색깔론과 경쟁자에 대한 막말을 쏟아냈다. 보수층부터 다지기 위함이란 해석이 많았지만, 발언 장소를 감안하면 6월 지방선거와 그 이후까지를 감안한 ‘정치인 윤석열’의 입지 찾기로도 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지금껏 보수정치의 재구성이 지지부진한 후과다. 속 편하게 전철을 밟을지, 미문의 가시밭길을 헤쳐갈지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양정대 에디터 겸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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