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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건희 설득'에 허리 숙였다... "이유 불문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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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허리도 숙였다.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않고 사과한 것이다.
윤 후보는 "팩트체크가 먼저"라며 제대로 된 사과를 미뤄왔다. 이날 오후 태도를 확 바꿨다. "논란을 야기한 것 자체로 제가 강조한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과거 제가 가진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물러섰다. '내로남불 수렁'에서 탈출해 공정 브랜드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하지만 '가족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은 아직이다. 윤 후보는 의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여전히 '폭탄'을 들고 있는 셈이다.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후원회' 발족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이 모여 있는 브리핑실을 찾았다.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입장문을 읽어내렸다. 280자 분량으로, 직접 썼다고 한다.
윤 후보는 김씨 논란이 여권의 공세라고 손가락질하는 태도를 거두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엎드렸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면서 두 번에 걸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윤 후보는 "사과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상당 부분 벗었다.
윤 후보의 사과는 전격적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입장 표명은 언제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공개 훈수를 둔 직후였지만, 윤 후보는 침묵했다.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전 SBS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겸손한 자세로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 후보와 오찬을 함께한 선대위 전략자문위위원들도 "정치인은 변명처럼 보이는 사과를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한다.
윤 후보가 마음을 돌린 데는 김씨의 역할도 컸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진의가 전달되도록 한 번 더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윤 후보를 엊그제부터 설득했고, 윤 후보가 오늘 결심했다"며 "윤 후보가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직접 입장문을 여러 번 고쳤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그러나 김씨가 연관된 각종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내놓진 않았다. 의혹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브리핑실을 떠났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여론에 굴복해 '억지 사과'를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선대위도 찜찜해하고 있다. 김씨의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가 되지 않아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오래전 일이라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다"며 "사실로 조금 드러난 부분은 좀 인정하고, 아직 의혹인 점까지 다 포함해 사과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윤 후보의 가족 리스크엔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다. 김씨의 허위 경력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이 하루 몇 건씩 불거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양수 대변인은 "팩트체크를 해 보고,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사과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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