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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제2의 비틀스’ 오아시스의 형과 동생은 왜 앙숙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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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형은 일찌감치 음악에 빠졌다. 마약과 기타가 '유이'한 낙이었다. 성인이 되어선 한 밴드의 투어를 담당하는 일을 했다. 동생은 달랐다. 어려서부터 말썽쟁이였고, 학창시절을 싸움꾼으로 보냈다. 동생은 반목하던 어느 무리에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후 기이하게도 새로운 삶으로 진입했다. 갑자기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밴드까지 만들었다.
형은 동생이 노래를 잘 하리라고는, 음악에 열정을 지녔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동생이 밴드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는 무슨 조화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형은 동생이 구성한 밴드에 들어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영국 대중음악을 대표했고, ‘제2의 비틀스’라 불렸던 오아시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은 오아시스의 연원부터 전성기와 여러 우여곡절을 들여다본다. '슈퍼소닉'은 왓챠이외에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형 노엘과 동생 리암 갤러거는 성격만큼 각기 다른 재능을 지녔다. 노엘은 작사 작곡에 탁월했다. ‘돈 룩 백 인 앵거’와 ‘스탠드 바이 미’ ‘토크 투나잇’ 등 명곡을 하루도 안 돼 쓱쓱 써냈다. 리암은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에 감수성을 담는데 탁월했다. 빼어난 패션 감각에다 여유롭고도 도도한 팔자걸음이 대중의 눈길을 휘어잡았다.
재능만 있다고 스타가 되진 않는다. 오아시스에게는 요행이 따랐다. 신출내기 밴드는 자신들 보다 좀 더 유명한 여성 밴드 시스터 러버스가 무대에 세워주겠다는 말만 믿고 신나서 미니버스를 몰고 글래스고로 향했다. 진행자는 예정돼 있던 밴드가 아니라고 오아시스의 공연을 막으려 했으나 시스터 러버스가 자신들도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몰아붙여 공연이 가능했다. 우연히도 그날 바에는 음반사 사장 앨런 맥기가 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기는 오아시스 무대를 보고선 귀가 번쩍 트였다. 바로 음반 녹음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오아시스는 그렇게 스타덤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오아시스는 맹렬하게 인기를 얻어갔다. 하지만 굴곡은 있었다. 호전적인 리암은 유럽 공연을 가는 페리 안에서 괜히 다른 승객에게 시비를 걸어 난투극을 벌였다. 재미로 싸움을 하며 성장한 리암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으나, 매니저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 사안이었다.
리암과 노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으나 가끔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었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 순회공연을 갔을 때 노엘과 리암은 마약에 취해 살았다. 첫 무대부터 삐걱거렸다. 연주와 노래가 다른 곡으로 엇갈렸다. 리암은 무대에서 노엘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노엘은 다음날 밴드를 그만 두겠다며 잠적해버렸다. 막 슈퍼밴드로 진화하려 했던 슈퍼 루키가 대중음악계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매니저가 수소문 끝에 노엘을 찾아내 형제를 화해시켰다. 노엘이 숨어 있으면서 만든 노래가 ‘토크 투나잇’이다.
노엘과 리암의 망나니 행각은 사회적 지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노엘은 마약은 다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인터뷰에서 말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들은 노래로 갖은 구설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형제의 갈등은 인기가 높아질수록 깊어졌다. 리암이 목에 무리가 가면서 공연에서 노래를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노엘이 ‘대타’로 나서곤 했다. 노엘은 노래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고선 달라졌다. 리암의 질투는 커졌고,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노엘을 괴롭혔다. 노엘은 참다 참다가 크게 폭발하면서 둘의 관계가 악화되곤 했다.
갤러거 형제의 사연은 많이 알려져 있다. 영화는 덜 알려진, 형제의 아픔을 깊이 파고든다. 형제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다. 견디다 못해 형제의 어머니 페기가 삼형제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페기는 무일푼으로 삼형제를 키우기 위해 세가지 일을 함꺼번에 해야 했다. 오아시스의 노래에 깃든 쓸쓸한 정서는 가족사와 무관치 않으리라.
다큐멘터리는 오아시스가 1996년 연 넵워스 공연을 밴드의 절정으로 묘사한다. 이틀 동안의 공연에 25만 명이 몰렸다. 260만 명이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예매를 시도했다.
2009년 노엘의 탈퇴로 오아시스는 와해됐다. 노엘과 리암은 각각 동생과 형과의 사이를 돌아본다. 즐거웠고 신났던 시간을 약간의 후회와 함께 회고한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한 형제의 과거를 알기에 사람들은 둘이 곧 재결합할 거라 예상했으나 그들은 아직까지 각자의 음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음악으로 귀가 호강하는 다큐멘터리다. 한 밴드의 흥망성쇠를 면밀하게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유별난 형제의 드라마 같은 성공기가 재미있으면서도 형제의 가족이 지닌 과거가 씁쓸하다. 형제의 사연이 워낙 많이 알려져 있다 해도, 두 사람의 진술과 더불어 자료 화면을 함께 보는 것은 남다른 체험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봤겠지만, 다시 봐도 후회하지 않을 다큐멘터리. 안 본 음악 애호가라면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로튼토마도 신선도 지수: 평론가 84%, 관객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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