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올해 전반기 연합훈련을 야외 기동 훈련 없이 축소된 형태로 8일부터 9일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참가 인원을 최소화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 훈련으로 시행된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 같은 훈련 축소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도 다시 연기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군 당국은 최소한 현 정부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 시기라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으로 8월께 실시하는 하반기 훈련 때 FOC를 시행하는 쪽으로 미군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반기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데다 FOC 검증을 하더라도 미군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는 데 동의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미 연합훈련이 이처럼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우리 군 당국이 전작권 전환에 조급하게 매달릴 이유는 없다.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역량 점검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당장의 한미 연합 대비태세다. 한미 간 야외 기동훈련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이후 3년 넘게 시행되지 않고 있다. 북미 대화 분위기에 뒷전으로 밀려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아예 발목이 잡혀 수년간 훈련다운 훈련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야외 연합훈련이 대대급 이하에서 소규모 단위로 연중 분산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된 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지속되는 훈련 중단과 축소 때문에 연합 방위능력이 부실화하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당국이 FOC 검증보다 방위태세 점검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반기에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훈련 여건이 조성된다면 무리하게 FOC 검증에 힘을 쏟을 게 아니라 그동안 미진했던 방위 태세를 점검하는 데 주력하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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