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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정치적 사퇴’, 검찰 중립성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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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볼 수 없다.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외견상 사퇴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에 대한 반발이나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말로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부와 극심하게 갈등하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정치를 위한 사퇴라는 점에서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운을 뗀 후 최근 이례적 언론 인터뷰, 대구 고검·지검 방문으로 정치 의사를 비쳤다. 이미 그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그러나 사퇴의 변에서 그는 정계 진출 여부에 선을 긋지 않았고, 또 한번 국민을 언급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검찰총장이 사퇴 후 정치인이 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비롯해 정권 관련 수사를 과하게 밀어붙일 때마다 윤 총장의 의도를 의심했던 일각의 시선을 사실로 만드는 꼴이다. 검찰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한다는 통상의 비판과는 다르지만,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무리하게 정권에 맞선 것이라면 그 역시 부적절하다. 법이 검찰총장 임기를 보장하고 검사들 사이에 검찰총장 이후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묵계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검찰의 수사권 박탈과 중수청 신설이 “헌법정신의 말살” “부패완판”이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면 윤 총장은 오히려 국회와의 협의, 조정에 적극 나서야 했다. 언론을 통한 반발은 공직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예상했던 일” “남아서 중수청을 막아야 했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쁜 선례를 만든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검찰개혁과 맞지 않는 인물을 발탁해 적폐 청산의 도구로 쓴 것이 문제의 시작이겠지만, 법무부가 인사권을 동원해 윤 총장 측근과 정권 관련 수사팀을 잘라내고 절차를 어기며 총장 징계를 추진하는 등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다 그의 무게만 키워주었다. 그 과정에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로 중도층 민심 이반을 야기했다. 청와대는 이날 1시간 15분 만에 윤 총장 사표를 수리했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교체했다. 검찰 갈등 이슈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2차 검찰개혁과 정권 관련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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