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대해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가치의 부정”이라고 2일 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법·검 갈등,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절차에 따라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삼권분립 파괴일 뿐 아니라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윤 총장에 호응, 국회 내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수청 갈등 정국에 휘말리지 않도록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참고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윤 총장은 반대의 주요 논점으로 반부패 수사 역량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국민 권익 침해와 법치주의 퇴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참고할 점도 있고 검찰 시각도 있다. 중대범죄가 날로 지능화, 조직화하는 상황에서 강자·기득권층의 반칙에 중수청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귀담아듣고 어떻게 해결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수사·기소를 통합해야만 인권 침해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검찰 개혁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그간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과 인권 침해가 지적된 사례들은 기소를 전제로 무리한 수사를 한 탓이었지 기소권이 없어 불필요한 수사를 한 결과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만 보고 과거처럼 윤 총장을 맹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총장은 검찰 내 반발 기류를 대변하고 있고, “국민이 관심을 가져달라”며 추·윤 갈등 당시 자신에게 쏠렸던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성급한 중수청 추진은 검찰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여론도 자극할 수 있는 이슈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반대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것이 개혁의 길이다.
댓글 0